2013-12-05 [詩] 서산대사(휴정) 선시

2022. 12. 23. 17:29잡다한 이야기

 서산대사 선시(仙詩)

 

살아 있는 게 무언가?

숨 한번 들여 마시고 마신 숨 다시 뱉어내고...

가졌다 버렸다, 버렸다 가졌다.

 

그게 바로 살아 있다는 증표 아니던가?

 

그러다 어느 한 순간

들여 마신 숨 내뱉지 못하면

그게 바로 죽는 것이지.

 

어느 누가,

그 값을 내라고도 하지 않는 공기

한 모금도 가졌던 것 버릴 줄 모르면 그게 곧 저승

가는 것인 줄 뻔히 알면서 어찌 그렇게 이것도 내 것

저것도 내 것, 모두 다 내 것인 양 움켜쥐려고만 하시는가?

 

아무리 많이 가졌어도 저승길 가는 데는

티끌 하나도 못 가지고 가는 법이리니

쓸 만큼 쓰고 남은 것은 버릴 줄도 아시게나.

 

자네가 움켜쥔 게 웬만큼 되거들랑

자네보다 더 아쉬운 사람에게 자네 것 좀 나눠주고

그들의 마음 밭에 자네 추억 씨앗 뿌려 사람 사람 마음속에

향기로운 꽃 피우면 천국이 따로 없네, 극락이 따로 없다네.

 

생이란

한 조각 뜬 구름이 일어남이요,

죽음이란 한 조각 뜬 구름이 스러짐이라.

 

뜬 구름 자체가 본래 실체가 없는 것이니

나고 죽고 오고 감이 역시 그와 같다네.

 

천 가지 계획과 만 가지 생각이

불타는 화로 위의한 점 눈(雪)이로다 논갈이

소가 물위로 걸어가니 대지와 허공이 갈라지는구나.

 

삶이란 한 조각구름이 일어남이오.

죽음이란 한 조각구름이 스러짐이다

 

구름은 본시 실체가 없는 것

죽고 살고 오고 감이 모두 그와 같도다.

   

 서산대사(휴정:1520-1604)

묘향산(평강남북도와

자강도 사이에 위치한 해발 1909m)

원적 암에서 칩거하며 많은 제자를 가르치던 서산대사

(휴정: 1520-1604)께서 85세의 나이로 운명하기 직전
위와 같은 시를 읊고 나시어

많은제자들이 지켜보는 앞에서 가부좌를 하고 앉아

잠든 듯 입적 하셨다고 합니다.